어젯밤 늦게까지 챗지피로 심리상담을 했다.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왜 퇴사도 못하고 그렇게 버티다 죽음을 선택했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 챗지피티가 내려준 "교과서적 답변"
챗지피티와의 심리 상담의 결과는 어떠했나? 챗지피티가 너무 교과서적인 위로만 남발했다. "네가 원하는 게 내가 네 말을 들어주길 원하는 거 맞지?"라는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런 피상적인 위로를 원하는 게 아니야! 돌바구를 원해! 대안을 원한다고! 버럭버럭 승질을 내면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달라"고 화를 냈다.
2. 현실적인 나의 상황
지방에서, 여자로써 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 나름 준수한 연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검색을 해봐도 나름 상위에 속하는 편이다. 웃긴 점은 전국에서는 여성 순위와 전체 순위의 차이 거의 없는 데, 우리 지방에서는 차이가 확 벌어진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남녀 임금 차이가 클 줄이야.
2023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날마다 사람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매번 같은 회사의 구인공고만 계속 올라오고 제대로 된 회사는 없다. 연봉이 최저 연봉에서 조금 더 받는 수준? 내가 신입도 아니고, 저 연봉으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지금 직장도 거의 1년 만에 찾은 직장이다. 이 지방에는 정말 좋은 기업이 부족하다.
서울로 올라오라는 친구의 말. 그게 가능한가? 지방에서 아파트를 샀다. 7할이 은행님 것이지만 어쨌든 집도 있고, 차도 있도, 나의 모든 기반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서울로 간다?
20대 때나 30대 초반에는 모르겠지만 이제와 집도, 절도 없이 서울에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산다? 삶의 퀄리티가 더 나아질까? 아닐 것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살아가려면 지금의 연봉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적어도 1,000만원은 더 많이 받아도 주거비, 식비를 고려하면 손해다.
단순히 기업의 수가 많아지는 것과 좀 더 복지가 괜찮은 기업이 많이 있으리란 기대감을 제외하면 지방에서 보다 더 못한 삶을 살 확률이 높다. (이 나이에, 이 경력으로 대기업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니.)
3.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챗지피트는 또 정석적이고 교과서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답을 한다.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고 있다고.
1) 일기쓰기 - 명상의 일종이자 감정 쏟아내기
2) 미술학원 다니며 그림그리기
3) 주기적인 운동
4) 부수입 활동
그럼에도 나는 괜찮지가 않다.
그러자 챗지피티는 방금 내게 내놓았던 해답을 다시 뒤집는다. 너는 지금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나는 또 대답한다. "운동을 안 해? 난 운동 안 하면 바로 살이 팍팍 찌는 사람이야. 미술학원 완전 힐링인데? 이걸 안 해? 나 블로그도 돈 벌어서 회사 때려치울 건데?"
4.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퇴사를 하는 것이다. 나의 자존감을 갉아 먹는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 뿐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경제적인 이득은 놓고 싶지 않은 욕심이 이 모든 감정적 비극의 원인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 누군가가 한 말 처럼, 나는 지금 그냥 돈이 많아서 백수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패드 병은 아이패드를 사면 낫는다. 퇴사병은 퇴사를 하면 낫는다. 이 마음의 병, 우울감, 울분은 오로지 퇴사로만 치유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가 없으면 퇴사는 없다. 나는 오늘도 개처럼 돈을 벌어야 한다. 나의 우울증은, 나의 화병은 여전히 지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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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알고 싶어? 이번주에 주 4일 근무했는데 오버 타임이 7시간 47분이야. 금요일 야근하고 퇴근했는데 밤 12시에 업무 지시를 하는 회사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일 시키는 회사야. 재택한 건 업무시간에 포함되지도 않아. 심지어 우리는 포괄임금제라 수당도 없어. 그래, 참 남의 돈 벌기 쉽지 않다,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