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게 F1 더 무비를 보러 갔다. 전반적으로 유치한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1. 너무나 예측 가능한 스토리
스토리 라인은 굉장히 진부했다. 2025년에 이렇게 진부한 스토리가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부했다. 뻔하디 뻔한 올드 스쿨과 루키의 관계성, 스러진 챔피언의 삶, 그리고 최후의 챔피언. 어느 하나 진부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차라리 조금 더 박진감 있게 레이싱에 포커싱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스토리가 언제나 먹히는 이유는, 우리가 바라는 게 그런 승리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진부한 내용으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더 대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 이런 러브라인이라니!
헐리우드 영화는 아직도 이런 뻔한 러브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 이 영화는 케이트와 소니의 러브라인이 없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아니, 오히려 없어야 더 매력적인 영화였다.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 순간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제발! 이러지마!" 왜 수치심은 내가 느껴야하는지 모르겠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소니가 베란다에 서 있을 때 케이트가 다가가는 장면이 나왔을 때 특히 더 그랬다. 우선, 2번째 부분은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다며 수줍어하는데 내가 대리 수치심을 느꼈다. 거기다 갑자기 소니의 팔짱을 끼며 갑작스럽게 너무 사랑에 빠져버린 케이트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영화 끝 무렵 두 사람은 너무나 쿨하게 작별을 이야기한다. 이런 헐리우드 같으니라고! 그때의 그들의 대화가 이해가 되지 않아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I was going to say, ‘See you down the road,’ but in a way that was more poetic. Can I see you down the road?"
이게 왜 더 시적인 말인지 찾아보니 "See you down the road."는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자!라는 흔히 하는 말이고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같은 그냥 인삿말), "Can I see you down the road?"는 '내가 너를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이 담긴 말이라고 한다.
나는 이게 진정한 사랑인지 모르겠다. 잠깐의 "성적" 이끌림과 관심 정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런 러브라인이 굳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3. 브레드 피트는 여전히 멋지다.
브레드 피트는 여전히 멋있다. 그가 안면 리프팅을 했던 아니던 어쨌든 영화에서 비춰지는 그는 여전히 멋있었다. 애티듀드가 너무 멋있었달까? 그 멋있음을 아는 자들의 여유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의 1인자를 기무라 타쿠야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매력적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
그의 여유로운 태도, 말투, 제스처. 그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전히 내가 사랑하던 브레드 피트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브레드 피트는 늙었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그가 늙었다는 사실을 크게 인지 하지 못했다. 피부 탄력이 좀 쳐졌다든가 주름이 조금 늘었다든가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의 "쿨한" 애티튜드 덕분에 젊은 시절의 브레드 피트처럼 보였다.
그런데 케이트와 베란다에서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느껴졌다. 그가 나이 들었음을. 그의 주름, 눈꺼풀의 처짐 등이 느껴져서 어딘가 가슴이 아려왔다.
22년전 영화 트로이를 보고 처음으로 "남자가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던 브레드 피트. 그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오묘했다. 나도 22살을 더 먹었다는 것도, 그의 나이듦도 어딘가 서글프다고 해야할까?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그러면서 그는 한 때 반짝이기라도 했지, 나는 빛이 나본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 따위를 했다.
4. 내 안에 흐르는 레이싱 본능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안전운전과는 거리가 있는 인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안의 레이싱 본능이 들끓어올랐다.
영화 초반의 데이토나 레이싱이라던가, 중간 중간의 몇 번의 레이싱, 그리고 마지막의 레이싱. 한참을 보다가 내가 몸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른 체커드플래그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먼 미래에 자율주행이 의무화된 세상에선 오로지 레져로써만 운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돈을 주고서라도 운전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 평
전반적으로는 <페라리 VS 포드>가 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더 몰입감이 있는 영화였다고 스토리도 더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가볍게, 박진감 있게 즐기기엔 <F1 더 무비>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 덧붙여서, 어째서 주인공의 이름은 소니인가. 나는 Sonny라는 법적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소니는 우리의 소니 "손흥민"이었다. 이것도 한류의 영향인가?라고 생각했다면 오만한 것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