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바뀌진 않지만, 매일 일기를 쓴다.



인생을 바꾼다는 모닝 페이지를 아십니까?

모닝 페이지란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 노트에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을 말한다. 쓸 이야기가 없으면 "쓸 것이 없다."를 그대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분량은 대략 3페이지 정도를 쓰라고 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진솔한 마음과 목표하는 바, 원하는 것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모닝페이지를 쓰면 삶이 바뀐다는 후기들을 보며 나도 모닝 페이지를 시도했다. 몇 번을 시도했다. 그런데 일단 팔목이 아파서 3페이지를 다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쓰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이미 내면의 모든 이야기를 일기장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닝페이지나 저널링에 솔직하게 글을 쓰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죠? 나는 일기장에는 거짓말을 쓴 적이 없다. 








일기는 솔직하게 쓰는 것

초등학교 시절에는 억지로 쓰는 일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몰아서 쓰기도 하고 거짓을 지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학생이 되는 순간부터, 그 누구도 내게 일기를 쓰라고 강요한 적이 없음에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시절부터 나의 일기에는 그 어떤 거짓말도 쓰이지 않았다. 단 한 톨의 거짓말도,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나의 모든 부끄러움, 욕망, 분노, 우울, 기쁨이 쓰여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 동생에게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반드시 일기장을 모조리 태워 달라고 말하곤 한다. 누가 내 일기장을 읽어보는 건 너무 지독한 악몽이다.)

학창 시절에는 감정이 널 뛰는 순간에만 일기를 썼고, 2017년부터는 매일 일기를 썼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단순히 오늘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일기장은 에세이에 가깝다. 내가 오늘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그 어떤 거짓도 없이 솔직한 나의 심정을 쓰는 것이다. 







지난 날을 회고하며

나는 나의 일기를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대개의 경우 나는 우울했고, 멋진 생각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그걸 이렇게 표현했다고?" 과거의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과거의 말도 안되는 고민이 귀엽기도 하고, 그리고 현재의 나의 고민이 우스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래서 일기는 소중하다. 내가 잊었던 지난날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지금의 고민이 지난날의 고민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한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솔직하게 나의 생각을 남긴다. 이건 현재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자, 미래의 나를 위한 회고록인 것이다. 











인생이 바꾸지는 않지만

결국 나는 모닝페이지를 쓰지 않았다. 나는 3 페이지씩을 채우지 않더라도 언제든, 얼마든지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을, 부끄러움을, 죄책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닝 페이지를 쓴다고 해서, 일기를 쓴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저 나를 위해 남기는 헛소리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기에, 숨통이라도 트이게 해주는 수단이라, 오늘도 일기를 쓴다. 내가 살아가기를 바라며. 

오해영의 말했듯, 나는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