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대체 뭘까? 타협의 예술인가?


1. 맞지 않은 바퀴가 맞물려 굴러간다. 

결혼이란 대체 뭘까? 주변의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들은 대개 좋은 남편과 결혼했다. 내 친구에게 잘하기도 하고, 가사, 육아에 적극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들 결혼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네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내 친구의 결혼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들은 맞지 않는 바퀴였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혹자는 "결혼이란 원래 서로 맞춰 가며 사는 것이라고"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맞춤이 어디까지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며칠간 여행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결혼은 신중하게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그들의 충돌

내가 보고 들은 것은 대략 이러하다.

아이가 쪽쪽이를 떨어뜨린다. 남편은 먼지 묻은 쪽쪽이를 다시 주고 싶지 않아 씻어온다. 아내는 어차피 계속 떨어뜨리니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아이의 입에 넣어준다.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냐"는 남편. "허용적인 부모"라는 아내.


어쩌다 보니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출을 하게 되었다. 아기는 배가 고플 것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 중 그나마 아기에게 먹일 수 있는 치즈를 계속 먹이는 남편. 얼른 밥 다 먹고 집에 가서 제대로 아기 밥을 먹이고픈 아내. 남편은 술과 분위기에 취해 식당에 더 있고 싶기도 하고, 남은 술을 다 마시고 싶기도 하다. 결국 아내가 집에 가서 아기 밥을 챙겨 온다. 그렇게 아기 밥을 먹이는데 술이 오른 남편은 어묵을 계속 먹어 보라며 권한다. 화를 참으며 아내는 아기 밥 먹이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고 거절한다. 또 조금 시간이 지나 어묵을 권하는 남편. 지금 순간을 그냥 같이 즐겨줬으면 하는 남편. 아기가 배고픈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난 내 친구.


남편은 술에 취해 추가로 시킨 숙주차돌박이를 입도 대지 않는다. 내 친구는 그걸 먹는다. 남편은 "잘 먹네."라며 말을 건다. "내가 이걸 왜 먹고 있을까?"라며 화를 내는 친구. 그러자 남편도 친구의 기분이 좋지 않을 걸 깨닫고 기분이 처진다. 


여행지에서 아내를 버리고 숙소로 돌아갔다며 기분이 상한 내 친구. 남편이 아픈 데도(손가락이 조금 까짐) 남편을 버리고 놀러가버려 속상하다는 남편. 누군가의 잘못인가? 나는 두 사람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여행에 왔고 제대로 잘 놀고 싶었던 내 친구의 마음도 알겠고,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고 놀러 가버렸다며 서글픈 남편의 마음도 알겠다. 그래서 이 결혼이 꽤나 불행하게 느껴졌다.


친구는 남편과 활동적인 무언가를 같이하기를 바라고, 남편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내 친구에게 "남편 없이 너 혼자 무언가를 즐기"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녀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건 내 친구의 행복이 아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남편과의 시간"이고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 친구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하자고 한다. 남편은 싫은 티를 낸다. 내 친구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다. 남편은 내 친구의 기분이 나빠진 것을 느끼고 마지못해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 이미 빈정이 상한 내 친구는 무언가를 같이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 남편은 그녀의 태도에 또 기분이 상한다. 결국 원하는 걸 해주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함께 여행지를 갔지만 자꾸 남편이 사라진다. 함께 왔어도 함께이지 않았다. 마지못해 해주는 태도가 선연했고, 그때마다 내 친구의 기분은 다운되어갔다.


모든 것이 굉장히 피로해졌다.



3. 하나의 상황, 두 개의 입장

내가 회피형인 게 여기서 티가 난다. 이런 분쟁, 기분 나쁨이 없으면 좋겠고, 이럴 바에 결혼을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외로운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


여행 내내 그들의 기싸움에 시달렸다. 제대로 터뜨리지 못한 서로에 대한 짜증과 분노는 은은하게 모든 대화에 깃들어있었다. 상대방을 도발하려는 말투, 비꼬는 말들. 


이것은 뭔가 잘못된 결혼 생활이다. 이 모든 것이 "서로 맞춰 나가"면 되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결혼이란 결국 타협의 예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타협의 과정이 쓸쓸해졌다. "존중"과 "양보"가 서로에게 조금도 상처가 되지 않는 그런 결혼이면 좋겠다. 


결혼은 신중히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이제까지 내 친구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가려져 깨닫지 못했던 "절망 편"이 여기 있었다.